일시 : 2017년 9월 13일 14시~14시 50분
장소 : 콘텐츠코리아랩 10층 카카오상상센터
강사 : 김혜성(뮤지컬 작곡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적인 측면
“여러분께 도움이 되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많은 고민을 해보았지만, 현실적인 말씀을 해드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연 김혜성 작곡가는 창작뮤지컬의 현황이 너무나 암울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국내 뮤지컬 시장을 고려했을 때, 창작자로서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낮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강연자는 감사하게도 <김종욱 찾기>나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시즌제로 공연이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지만 그녀 역시 경제적인 상황은 다른 창작자들과 마찬가지로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일정한 수입이라는 것조차 윤택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혜성 작곡가는 창작자의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이유로 작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선순환 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국내 뮤지컬 시장의 구조를 언급했다. “작곡가로서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했을 당시, 작품성이 뛰어나지 않거나 오랜 시간 공들이지 않은 작품들도 쉽게 공연이 올라갔다”며 2000년대 중반 국내 뮤지컬 시장을 회상한 그녀는 “작품성이 뛰어나지 않은 공연들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다 보니 시장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고, 이를 방증하듯 공연 시장 경기는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경제적인 여건 등의 현실적 측면을 무시할 수가 없다”고 말한 김혜성 작곡가는 뮤지컬만을 주업으로 삼지 않기를 당부했다. 창작 활동이란 안정적인 수입이 뒷받침 되어야 즐거울 수 있는데, 뮤지컬이 주업이 되면 창작이 즐거울 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김혜성 작곡가는 “현실적인 측면을 염두하여 본업을 따로 두는 것이 더 나은 창작 활동을 위해서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창작자로서 오래 살아남는 법
그러나 강연자는 “가진 재주가 곡 쓰는 것뿐이라, 나 역시 죽을 때까지 곡을 쓰고 싶은 사람 중 한명이다”라며 창작자로서 오래 활동하고 싶은 본인의 속내를 내비추기도 했다. “국내 뮤지컬 시장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이왕에 본인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면 오랫동안 해야 하지 않겠냐”며 창작자로서 오래 살아남는 법에 대한 조언으로 강의를 이어나갔다.
김혜성 작곡가는 “직업의 특성상 규칙적인 생활이 어려워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많은데, 창작자로 오래 활동하기 위해선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일도 오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창작 활동 이외의 다양한 활동을 주기적으로 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삶에 활력을 꾸준히 불어넣어줄 수 있는 여가 활동을 찾아보라는 조언이었다. 강연자는 “나 역시 행복감을 주는 것을 찾으려 하모니카도 배우러 다니고 산책도 많이 한다”며 주기적인 여가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또한 강연자가 강조한 부분 중 하나였다. 김혜성 작곡가는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좋은 결과물의 필수적인 조건”이라며, “좋은 파트너를 만나려면 본인부터 좋은 파트너가 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유연한 사고는 그 첫 번째 단계다”라고 설명했다. 서로 잘 통하는 사람들끼리 작업해도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가 힘든데, 동료들끼리 티격태격하기 바쁘다면 좋은 창작물이 탄생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강연자는 저작권에 대해 공부할 것도 조언하며 적어도 한국 저작권 위원회의 법령 정도는 읽어보기를 권유했다. 저작권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체결된 계약은 후에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창작자는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혜성 작곡가는 “결국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은 창작자로서 오래 활동하기 힘들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말하며 “저작권은 자신의 것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왜 반드시 뮤지컬이어야 하는가?
김혜성 작곡가는 뮤지컬화 되는 한 작품의 음악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거절했던 본인의 경험을 언급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 제안을 거절했던 이유는 그 작품은 이미 드라마로서 완벽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완성형의 작품이 왜 또 다시 뮤지컬로 탄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연자는 “창작자는 이처럼 자신이 하고자 작품이 왜 반드시 뮤지컬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와 같은 고민을 거치지 않고 탄생한 작품은 창작자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고, 본인 안에서 흐르지 않는 작품은 결국 관객들을 매료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