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7년 8월 11일 16시~16시 50분
장소 : 콘텐츠코리아랩 10층 카카오상상센터
강사 : 왕해소(남경해소문화전파유한공사 대표)
정달영 교수의 첫 번째 창의 특강 직후, ‘중국 시장에서의 창작 뮤지컬의 방향 설정과 성공전략’을 주제로 왕해소 대표의 두 번째 특강이 진행되었다. 중국에서 <빨래>나 <쓰릴 미>등의 작품을 프로듀싱 한 바 있는 왕해소 대표는 해외 진출에 대한 고민이 커진 지금,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임을 언급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중국 뮤지컬 시장의 분기점
왕해소 대표는 “한국 뮤지컬 역사를 공부해보니 시기적으로 중요한 지점들이 있더라. 중국도 마찬가지로 뮤지컬 시장의 흐름을 크게 변화시킨 중요한 포인트들이 있다.”고 말하며 중국 뮤지컬 시장의 주요 분기점들을 짚어나갔다. 중국 뮤지컬 시장의 경우, 국내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공연과 같은 역할을 담당한 것은 2002년 <레 미제라블> 투어 공연이었다. 뮤지컬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던 중국인들에게 뮤지컬의 매력을 처음으로 선보인 것이 <레 미제라블> 투어 공연이었던 것이다. <레 미제라블> 투어 공연은 중국의 첫 뮤지컬 팬층 ‘아이인커(愛音客)’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는데, 아이인커 중 일부는 현재 중국에서 뮤지컬 관련 업무에 종사하기도 한다.
2002년부터 10년간 투어 공연밖에 이루어지지 않던 중국의 뮤지컬 시장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온 것은 2012년 최초로 중국어로 공연된 <맘마미아!>의 라이선스 공연이었다. <맘마미아!>의 첫 라이선스 공연이 <애비뉴 Q>, <사운드 오브 뮤직>, <캣츠>와 같은 대형 라이선스 공연들의 중국 진출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2012년 이후 중국 뮤지컬 시장의 분기점을 만든 작품은 2016년에 공연했던 뮤지컬 <쓰릴 미>였다. <쓰릴 미>는 뮤지컬에 대한 인식이 브로드웨이의 대형 뮤지컬이나 프랑스 등의 유럽 뮤지컬에 한정되어 있던 일반 관객들과 업계에 2인극의 매력을 어필하며, 중국 뮤지컬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왕해소 대표는 “<쓰릴 미>의 성공으로 인해 2인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러한 높아진 관심은 상해에서 현재 <마이 버킷 리스트>가 공연되는 것과 <빈센트 반 고흐> 제작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콘텐츠 심의 제도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왕해소 대표는 “중국에서 어떤 뮤지컬이 잘 되나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고 말하며, 이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를 바꾸어 강의를 이어나갔다.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먼저 중국 시장의 생리를 파악해야 하는 법. 중국 시장 진출 시, 중국의 콘텐츠 심의 제도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심의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콘텐츠 심의 제도의 문제점으로 심의 기준의 불명확성을 지적했다. “심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정확히 어떤 작품이 심의를 통과하고 어떤 작품은 그렇지 못할지를 예상하기가 힘들다. 예를 들어 <미스터 쇼>는 중국에서 공연하면 상업적으로 성공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공연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어느 정도 수정을 해야지만 중국에서 공연이 가능하다는 심의 결과를 받았다. 반면 <쓰릴 미>는 중국에서는 공연이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국 공연을 올릴 수 있었다. 이래서 심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면, 어떤 부분이 중국에서 공연이 가능하고 어떤 부분은 그렇지 않을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조율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왕해소 대표는 언어의 장벽에 따른 문제를 언급하며, 중국어의 언어적 특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을 강조했다. 그가 가장 먼저 꼽은 중국어의 특성은 한자가 표의문자라는 것이었다. “한글은 표음문자라서 소리 나는 대로 받아 적을 수가 있다. <위키드>, <라이언 킹> 등의 영어 공연 제목을 한국어로 직접 옮길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표의문자인 한자는 그럴 수가 없다. 따라서 공연명을 중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부터 고민에 빠지게 된다. 소리대로 받아 적을 수가 없다 보니, <라이온 킹>은 ‘사자 왕’, <지킬 앤 하이드>는 ‘변신 괴의(변신하는 이상한 의사)’, <위키드>는 ‘마법 있는 나쁜 여무’와 같은 식으로 밖에 옮길 수 없다”.
성조라는 중국어의 또 다른 특성 역시 중국 뮤지컬만의 색다른 특징을 낳았다. 그 특징이란 바로 중국어로 공연함에도 자막이 필요하다는 것. 단어에 멜로디를 얹게 되면 성조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아 극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든 탓에, 중국어로 공연함에도 자막이 필요해진 것이다. 왕해소 대표는 “<쓰릴 미> 때 일부러 관객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자막을 없앤 적도 있다. 잘 이해하는 관객도 있었지만, 환불 요청을 한 관객들도 있었다. 중국 뮤지컬은 이러한 언어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복잡하다”라며, 중국 뮤지컬 시장의 추후 과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중국에 진출할 한국 창작 뮤지컬의 미래
왕해소 대표의 특강은 중국에 진출할 한국 창작 뮤지컬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가 제시한 방향은 두 가지로, 그 첫 번째는 한국 공연 관광 시장 개발의 필요성이다. “요즈음, 특히 5년 전쯤부터 한국에 와서 공연을 보는 중국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자막이 없어도 감동을 받고 돌아가는 중국 관객들이 굉장히 많다. 한국의 공연 관광 시장은 향후 개발 가치가 충분한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라이선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 역시 그가 생각하는 한국 창작 뮤지컬이 나아갈 길이었다. 왕해소 대표는 중국 라이선스 시장에 큰 무리 없이 진출하려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스토리나 인물을 차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소재를 차용한 작품이라면, 중국에서도 거리감 없이 받아들여져 인기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또한 그는 중국 뮤지컬 시장에서 대극장 뮤지컬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이야기하며, 중국을 겨냥한 대극장 뮤지컬 제작을 만류했다. “현재 중국의 제작 시스템은 대극장 뮤지컬을 소화할 만큼의 제작 환경을 갖추지 못했다. 현재로서는 중국에서 대극장 뮤지컬을 제대로 올리기가 힘들기 때문에 중소극장 뮤지컬에 주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몇 년 동안 훌륭한 중소극장 뮤지컬이 만들어져 왔으니, 이러한 한국의 중소극장 뮤지컬이 중국에서 어필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중국 또한 5년이나 10년 정도 중소극장 뮤지컬을 만들면서 노하우를 쌓은 후 대극장 뮤지컬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